year | 2021년 |
city | 서울 |
type | 인테리어 |
used | 아파트 |
project area | 59.00m² |
construction | 진성건축 |
furniture | 진성건축 |
data | download pdf |
집의 경험
한국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국민의 70%를 육박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10명 중 7명은 평수만 다를 뿐 비슷한 LDK방식의 공간안에서 비슷한 풍경을 보고 살아가는 것이다. 90년생 이후 아파트 키즈들은 태어나고보니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눈감는 날까지 아파트를 옮겨다니며 살지도 모른다. 옆집도 앞집도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온 그들이 거실에는 TV와 소파가 있고, 방에는 침대와 책상이 있는 것 외에 다른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는 자신만의 집의 이야기를 찾으려 노력하지 않고, 다들 이렇게 사는거라고 생각하면 바뀌지않을 문제가 되었다.
어린 시절 집의 기억은 아련한 잔상으로 남을 수도, 강렬한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다.
아이들이 자란 후 ‘우리집에는 도서관이 있었어’ 라고 추억한다. 너도나도 똑같이 생긴 아파트였지만, 친구 집과는 다른 어린 시절 집의 경험이 훗날 살아갈 수많은 집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람은 모두가 똑같이 살 수 없다. 자신만의 집의 이야기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특별함을 찾아 담을 수 있도록 어린 시절 집의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누구를 따라하며 살지 않고, 모두가 각자의 모습대로 살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을까.
Library, Dining, Kitchen
부부와 초등학생 남매가 살고있는 서울의 평범한 24평 아파트.
꽤 오랜시간동안 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집의 변화가 필요했다. 아이들 각자의 방이 필요했고, 주방에 있던 식탁이 지나다니기 불편한 요소가 되어 거실로 나와야하는 등 기능적인 부분이었다.
집에 들어선 첫 인상은 강렬했다. 거실에는 TV없이 4인 테이블이 하나 있고, 시선이 닿는 곳마다 책이 넘쳐나 자리잡지 못한 책들도 많아보였다. 가족 모두가 책을 사랑하며, 취미이자 생활의 일부로 느껴졌고 앞으로도 책이 계속 늘 예정이라고 했다.
이 집의 이야기는 책으로부터 시작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각 방에 흩어져있는 책들을 한 곳에 모으고, 앞으로 늘어날 책들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파트의 공간은 한정적이고, 구조변경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3LDK인 이 집의 거실(Living)을 과감히 도서관(Library)로 바꾸기로 했다. 나른한 휴식공간의 성격이 큰 거실보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쉬는 모습이 클라이언트 가족에게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미 큰 테이블을 놓고, 입식생활을 했던 가족이기에 더욱 가능성이 있었다.
보통의 서가는 병렬식으로 책장이 늘어서있다. 그러나, 3.6x5.2m의 공간에 바닥면적을 차지하며 책장을 배치하면 밥 먹을 공간, 책 읽는 공간, 일 하는 공간이 없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천장식 서가를 만들기로 했다.
거실 벽을 가득 채우는 벽 책장은 1,100권을 진열할 수 있는 반면, 천장식 서가는 두배가 넘는 2,800권을 진열 할 수 있다.
비워진 바닥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거실이자 도서관이 될 수 있다.
3x5배열의 천장을 가로지르는 서가는 가족들이 주로 많이 읽는 서적물의 판형에 맞는 높이로 제작되었다. 서가는 3군데의 작은 기둥을 타고 바닥으로 내려오는데, 2개의 기둥은 발코니 확장 후 애매하게 남아버린 구조벽에 자리를 잡고, 아이들 손이 닿기 쉬운 곳이라 아동용 도서의 크기에 맞춰 책장을 짰다. 나머지 1개의 기둥은 가족들이 이 달의 책을 선정하여 진열해놓는 작은 코너를 만들었다.
발코니를 확장한 부분은 벤치를 두어 소파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 겸 도서관인 이 곳에서 어디서든 손만 뻗으면 책이 닿고, 편히 앉거나 누워 다양한 자세로 책과 더욱 가까워졌으면 했다.
어린 남매는 키가 작아 아직 벽 책장만 자유롭게 사용 할 수 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만화책을 두겠다고 골려주던 부모님의 장난에 근심이 깊어진 귀여운 남매의 모습이 선하다. 어느 날 의자에 올라서지 않아도 책에 손이 닿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날까지 집안의 작은 도서관에서 많은 이야기가 생기기를 기대해 본다.